어쩌다가 알게 된 사람의 이야기를, 어쩌다가 듣게 되었다.
사람들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그녀를 기억한 이유는, 그녀가 당시 10년 이상을 한 사람과 연애 중이었다는 특징 때문이었다. 당시 그녀는 남자친구와 동거 중이었는데, 사귀는 것과 함께 사는 것은 또 다르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나는 그때 신혼이었기에 아주 큰 공감을 했고, 어린 나이에 10년을 한 사람과 함께해 온 그녀가 꽤나 신기해 보이기도 했다.
그 후 시간이 흐른 후 듣게 된 그녀의 소식.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해 온 애인과 결혼했으나, 채 1년을 못 채우고 이혼했다고 한다.
심지어 결혼 후 바로 규모가 큰 집공사를 들어갔기 때문에 지금은 멋지게 만들어진 그 집의 소유권을 두고서 전 남편과 큰 법정싸움 중이라고.
그녀가 이혼을 결정하게 된 이유를 듣게 되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 나와 남편이 아주 다른 반응을 보여서 흥미로웠다.
이혼의 이유는 이랬다.
그녀가 결혼을 한 후, 아이를 가지려 임신준비를 하다 보니 그녀의 남편이 "아빠"로써 적합하지 않다고 느꼈다는 것.
그러니까, "남편", "배우자" 로서는 그 사람을 사랑했으나, 막상 자녀의 "아빠"로써는 형편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와 이 이야기를 전해준 그녀는 '아.. 그럴 수 있겠다..'는 반응이었으나
그 자리에 있던 남자들은 '그게 뭔 개소리야'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비슷할 듯 하지만 매우 다른 질문이다.
1. 좋은 배우자인가?
2. 좋은 아빠인가?
나의 배우자가 바람을 펴서 이혼했다고 해도 내 자식에게는 좋은 부모로 남을 수 있다. 또, 내 배우자가 내게는 속사정을 다 말하는 사람이어도, 자식에게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부모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보통 1번을 메인 질문으로 삼고 2번 문제에 대한 대답을 "yes"라고 가정해 버린다. "나한테 이렇게 잘하는데, 자기 아이도 끔찍이 생각하겠지".
그런데 절대 그렇지 않다. 그 둘은 꽤나 다른 질문들이다. 그렇기에, 아이를 가질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그 둘을 구분 지어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가 멋진 곳들을 알고 함께 있으면 재미있는 사람이라 한들
그 세상의 모든 재미를 뒤로 두고 육아와 가정에 충실할 수 있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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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녀가 그것을 진즉에 알았더라면 이혼까지 가는 복잡함이 없었겠으나, 우리는 고작 인간일 뿐 완벽할 수 없다.
어떤 일들은 정말 영화처럼, 띠용! 할만한 큰 사건이 일어나야만 결정을 내리게 되곤 한다.
그녀에게는 "임신준비"라는 큰 프로젝트가 생기고서야 , 그녀의 파트너가 아이들의 아빠로는 부적합하다고 깨달았다는 것이 어쩌면 임신을 하고 나서 깨닫는 것과 비교했을 때 큰 축복이라 볼 수 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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