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사용해 오던 은행이 대기업에 인수당해 나의 계좌를 조만간 닫는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내 계좌가 완전히 닫히기 전에 안에 있는 돈을 전부 타 계좌로 옮기던가 출금을 해서 빼던가 해야 하고
이 계좌가 연결되어 있는 거래들을 전부 정지시켜야 한다.
별거 아닌
살다 보면 일어나는 일들 중 하난데
그냥 그런 것뿐인데
가파르게 깊숙한 곳에서부터
짜증이 치솓는다.
'내가 해야 할 일 하나가 추가됐다.'
차가운 물 한잔을 천천히 마시며
'내가 왜 이러지'
정신을 차려본다.
온라인 뱅킹을 하려고 은행 앱에 로그인했더니
파바박
하고 열리는 알람창들
그것들을 하나하나 x 클릭해 가며 닫아보니
나한테 이것저것 물어대는
처음 보는 은행의 시스템에 짜증이 다시 돋아난다.
하
하지만 결국에는 해냈다.
오늘도 삶에 내게 팽-하고 던져준 일 하나를 완수했다.
어렸을 때에
아빠가 전화상담원이랑 통화를 하다
소리 지르던 모습이 생각난다.
결국 자기뜻처럼 잘 안되고
진행속도가 느리니
상담원에게 소리지르던 아빠의 모습.
아빠는 그 후에도
영화예매를 하러 갔다가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고는 하면서
나의 짧은 유년시절에 잊지 못할 악몽들을 남겨주곤 했다.
가끔
내게서 그 악몽 같던 모습들이 조금,
아주 조금이라도 새어 나올 때
나 자신을 경멸하게 된다.
깊이 파고들기 전에 나를 진정시켜야 한다.
오늘의 짜증은
더운 방 안의 온도와
끈적거리는 키보드,
이 두 가지가 약 7할
그리고 3할은
돈에 관련된 일이라면
디폴트로 예민해지는 나의 성격
그 때문일 뿐이다.
나이가 들면
내 에너지의 한계와
무한으로 제공될 것만 같던 시간이
사실은 꽤나 한정적이라는 사실이
자주 피부로 와닫는다.
그래서 이렇게 나의 에너지와 시간을 뺐어가는 삶의 작은 사사건건들에
자꾸 열이 나는 걸까.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해냈다.
어제도
해냈고
오늘도
해냈으니
내일도
나는 해낼 것이다.
냉수 한잔에 정신 차리고서는
다짐한다.
다음에는 시원하게 에어컨을 켜놓고 찬물을 마시면서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해보자고.
'요즘의 생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직장인] 재택근무 99% 였는데 갑자기 회사로 나오라고 한다. 엥? (2) | 2023.08.05 |
---|---|
문제를 직시하지도 못하며 대안책만 내놓는 정도의 어른은 되고싶지 않다. (0) | 2023.07.28 |
10년을 연애 후 결혼해도 1년만에 이혼하는 이유. (2) | 2023.05.07 |
하체, 특히나 뒷벅지와 힙업에 끝장나는 운동 두가지 소개 (헬스아님) (0) | 2023.04.24 |
미워보이던 남편이 다시 핫하게 느껴지는 이유 (0) | 2023.04.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