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 정도 같이 살았으면 뜨거움과 차가움은 사라지고 미적지근한 온도만이 남아있을 줄 알았건만 꼭 그렇지도 않다.
결혼한 지 4년? 이 되었는데 남편에 대한 나의 마음은 끓는 물이다가 금세 차가운 얼음이 되기도 한다.
한동안은 남편이 미웠다.
왜나면,
진짜 솔직하게 말해서
왜인지 그 이유가 기억이 안 난다.
연애할 때는 별 이상한 것도 다 기억이 나더니.. 기가 찬다.
기억력이 나빠져서인 건지
이러니 저러니 해도 함께할 사람이라는 생각에 뇌에서 지워버리는 건지
이리도 금세 잊힐 만큼 작은 일이라 내가 알아서 지워버린 건지
기억이 안 난다.
그런데 요즘 남편이 다시 너무 사랑스러워 보인다. 아주 그냥 핫해 보인다.
왜일까.
남편을 향한 내 애정도의 증폭제는 다름 아닌 아이스 스케이트였다.
날도 따뜻해졌겠다, 다른 새로운 걸 해볼까~ 하다가 떠오른 아이스 스케이트.
별건 아닌데, 나는 스케이트를 잘 타고 싶어 했던 게 기억났다.
내가 마스터하고 싶은 건 딱 두 가지 스킬인데,
1. 스케이트 타다가 얼음 뿌리면서 치익-! 하고 멋지게 급 정지하기.
2. 멋지게 코너돌기. 이건 edge work라고 그냥 스케이트를 타는 게 아니라 뒷다리를 들어서 앞다리의 앞에 두면서 아름답게 코너를 도는 모습이 너무 멋져서..
스케이트 얘기를 하니, 왕년에 스케이트 좀 타본 남편이 선뜻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창고에서 큰 가방을 꺼내오더니 자기 스케이트를 주섬주섬 챙기던 그.
아 그렇다.
나의 남편은 하키선수였다.
것 도청소년시절 내내 하키를 했던.
스케이트장에 들어서자 아기 송아지처럼 바들바들 거리는 내 옆에
주머니에 손꽃고 쓱-다가오는 저 멋짐 투성이인 남자가
내 남자라니..!
내 남편은 본인의 멋짐을 뽐내거나 하지 않고도 내가 배우고 싶어 하는 저 두 가지를 사뿐히 해냈다. 그리고는 아주 자상하게 1:1 코칭을 해 주었다.
내가 잘 못하는걸 아주 멋지게 해내는 (결코 뽐내고 있지 않지만 고수의 바이브를 감출 수 없는) 내 남자의 모습은 정말이지 엄청나게 매력적이다.
이 중요한걸, 그동안 먹고사는 이야기만 한다고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함께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가끔은 서로가 잘하는 걸 보는 게 조금 서먹했던 관계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또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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