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남편에게 한글을 배우라고,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한 적은 없다.
배워서 나쁠건 없겠지만.. 글쎄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오늘은 남편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첫날이랄까 그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그냥 평범한 날들 중 하나 였던것 같다. 우리 둘 다 카펫에 누워서 뒹굴거리며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평소 코난 쇼를 즐겨보던 남편이 알고리즘의 선택인지 뭔지에 의해 보게 된 영상 하나가 있었고. 여기서 나오는 모든 한국말들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혹시 코난의 한국 방문기를 안 보신 분이라면 꼭 한번 보시는 걸 추천한다. 정말.. 코난스럽기 때문이다.
이때 코난이 하는 한국어를 보고 남편이 배운 말들은 아래와 같다.
"아파~"
"더~러워~"
"안녕하세요!"
^^..
옆에 있는 내게 계속해 저 말들을 번복하길래 한 번만 더 하면 죽는다 ^^ 고 했다.
그랬더니 컴퓨터를 켜고는 한국어를 무료로 배울 수 있는 사이트를 찾아내더니 대뜸 한국어 공부를 하겠다고 한다.
..
.^^..
안 해도 되는데.
남편은 날 깜짝 놀라게 해 주겠다고 하면서 어떤 말을 공부 중인지 알려주지를 않았다.
그러나 어느 날.
밤이었다.
남편이 먼저 침대에 누워있었고 나는 야행성이라 아직도 오피스 방에서 뭔가 하고 있던 것 같다.
근데 저 멀리서 남편 목소리가 들렸다.
(한국어) "저기요!!! 저기요!!!!"
...^^..?
저 사람이 지금 무슨 말을 한 건가-싶어서 침대방으로 가봤더니 남편이 아주 이불에 쏙 들어가서 한국어로 "저기요" 라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서있는 내게 남편이 영어로 말했다 "나 불 좀 꺼줘 허니~"
!!!!!!! 이놈이!!!
어휴 사랑은 하니까 불 꺼줬다.
웃기는 사람이다 정말.
그 후에는
"네"를 배워서는 아래와 같은 때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1. 남편이 내 간식을 넘본다.
나- (영어로) 내 거야. 먹지 마.
남편- (한국어로) 네!
하면서 내 걸 먹는다.
2. 우리 부모님과 통화 중.
엄마- (한국어) 아이고 우리 사위 잘 있었어? 요즘 한국어 공부를 한다고?
남편- (한국어) 네!
하면서 '저 대단하죠~?'라는 표정을 짓는다.
한국어 알아듣지도 못하는 남편한테 계속 한국어로 말을 거는 엄마도 웃기고
거기에 뭐라고 "녜" 하고 대답하는 남편도 웃기다.
남편이 아직까지 배운 말들 중 가장 긴 문장은 아래와 같다.
"오늘 날씨 참 좋죠?"
그런데 남편이 이 문장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청소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하면 늘 그 뒤에 "좋죠?", "참 좋죠?"라는 말을 붙이는데 웃겨 죽겠다.
이런 식이다.
남편이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만들었다.
나- (영어) 맛있겠다 잘 먹을게.
남편이 샌드위치를 먹는 나를 보며 말한다.
남편- (한국어) 참 좋죠?
ㅋㅋㅋㅋ 미치겠다.
참고로 이 사람이 제-일 처음으로 배운 한글 단어는 "감자" 다.
진짜 웃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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