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애나 국제결혼을 하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 문화차이라는게
꽤 크다.
특히 사랑에 빠진 당사자들은 잘 모를 수 있겠지만
가벼운 만남을 넘어, 약간의 진지한 만남을 넘어, 가정을 꾸리는 것으로 넘어갈 때마다 이 문화차이가 훅! 훅! 하고 들어온다. 왜냐면, 사랑에 빠진 당사자만이 아닌, 주변의 지인 친구 그리고 가족들 역시 내가 한 선택으로 인해 이 문화차이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입장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문화차이는 종교의 다름, 인종의 다름, 국적의 다름, 그리고 그냥 가족문화의 차이에서 오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가족문화의 차이 예시
1. 며칠 전, 나는 파스타에 들어갈 치즈를 찾고 있었다. 냉장고에 안 보이던 치즈, 아니나 다를까, 내가 찾던 치즈는 냉동고에 꽁꽁 얼려져 있었다. 녹이려면 적어도 10분은 잡아야 했다.
나의 남편은 치즈, 빵과 같은걸 냉동고에 넣는 게 디폴트인 사람이다. 상할 걱정 안 해도 되고, 유통기한 걱정 덜해도 되니 말이다. 시댁에 가보니 이 사람 가족 모두가 그렇게 하더라.
이제껏 괜찮았는데, 그날은 그게 나한테 빵! 하고 터졌다. '배고파 돌아버리겠는데 이 꽁꽁 언 치즈덩어리가 녹을 때까지 쳐다만 보고 있어야 한다니. 이게 다 남편 때문이다' 하고 말이다.
나의 부모님은 치즈를 얼리지 않았다. 때문에 치즈가 녹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그의 어머니는 집안에서 요리를 전담으로 하는 사람이었고 평생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사 신분이다. 요리는 그녀에게 스케줄을 짜는 것이었고, 치즈를 쓸 일이 있으면 그 전날에 미리미리 꺼내놓고 녹이는 게 당연한.
나의 어머니는 지금도 현역으로 나보다 일을 더 하신다. 요리는 그녀의 달란트가 아니다. 냉장고 재료는 얼려두고 조금씩 먹는 게 아니다. 맛있는 게 있으면 사고 금방금방 해 먹는 것이 당연한.
나는 이제껏 남편이 치즈를 얼리는 것에 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남편이 너-무 당연하게 자신의 방식이 맞다는 듯 묻지도 않고 냉동고에 넣어버리기도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는 그의 엄마가 아니다! 하하! 요리는 나의 "주"가 아니다. 나는 그보다 일을 더 오래 하고, 오늘 먹을 음식은 그냥 생각나는 데로 만들어 먹는다. 그 전날 미리미리 계획하고 녹일 것들을 그전날 꺼내놓고 이럴 에너지도, 마음도 전혀 없다. 내가 왜?
그날 졸라 싸웠다.
어쨌든 간에, 문화차이로 인한 갈등은 내가 최상의 컨디션이 아닐 때, 어퍼컷을 맞는 경험을 준다. 평소에는 괜찮아- 하면서 넘기던 것들이 진짜, 중요한 큰 결정을 할 때, 아니면 서로의 조금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는 우리의 관계를 쓱- 하고 베어버린다.
자, 영화로 넘어가 보자.
남자는 미국 백인의 유대인 남자다.
여자는 미국 흑인의 머슬람 여자다.
둘이 사랑에 빠진다.
미국의 문화를 이해하시는 분들은 여기부터 벌써 "오-이런"이라고 말씀하실지 모르겠다.
정말 그렇다. "오-이런" 이 맞다.
유대인과 유대인이 아닌 사람.
혹은 머슬남과 머슬람이 아닌 사람 이어도 어려울 수 있는데.. 그 특색 강한 둘의 만남이라니.
그래도 둘은 사랑을 한다.
서로의 다름에서 오는 차이는 둘의 관계가 진지해지고, 또 둘의 관계가 둘만의 관계를 넘어, 서로의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서로를 상처 준다.
백인이 아닌 사람을 어찌 대해야 할 줄 모르는, 오두방정인 남자의 엄마.
흑인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으로 가득 찬 남자의 아빠.
흑인이 아닌 남자를 깔보는 여자의 아빠.
흑인이 아닌 남자의 가족을 무시하는 여자의 친구들.
영화 보면서
"아니 왜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로 가려고 그래~? 그냥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면 얼마나 편해~~"
라고 내가 대신 말해주고 싶기도 했다.
쉬운길 마다하지 않고, 어려운 길로 가는 그들.
이게 다 미~~ 친 놈의~사랑~~ 때문이겠다.
나 역시 미국에서 살면서 저런 분류의 사람을 원치 않게도 자주, 그리고 원치않게도 꽤나 가까이, 보게 되는데 그럴 때 내가 나의 멘털관리를 위해 하는 말이 있다.
'나쁜 뜻으로, 나를 해치려고, 상처 주려고 저러는 게 아니야. 몰라서 그러는 거야.'
타지에서 살려면 멘털이 졸라 세야 한다.
아 힘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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