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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생각들

해외생활하면서 우울할 때 내가 하는 행동양식.

by 아이고메 2024.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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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디 나라 사람인지 콕 짚어 말하기 힘들어진 지는 조금 시간이 됐다.

태어나고서 사춘기를 겪은건 한국인데, 이제는 한국보다도 미국에서 보낸 세월이 길어져서일까, 한국에 들어가도 묘하게 나는 그저 방문자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제 나는 미국에서도 they 에 속하고, 한국에서도 them에 속하는 그런 those people 이 된 느낌이다.

이 느낌은,  내가 소속감에 그닥 큰 비중을 두는 편이 아닌 사람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불편한 불안감을 주었다.
그때는 그런게 나를 불안하게 했던 것 같다.  내가 나에 대해 "나는 abc 다"와 같은 명백한 설명을 하지 못할 때 오는 불안감.



나는 이런 불안감, 혹은 우울감이 오면 하는 생각과 행동들이 몇가지 있다.  나의 다크모드 행동양식처럼 말이다. 그것들은 나를 여러 번 구제해 주었고 자칫하면 잠식당할 수도 있었을 어두움에서 나를 보호해주기도 했다.

그 행동과 생각들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제일먼저, 내가 인간이기 전에 동물이라는 것을 인식한다.  때문에 의식주에 신경을 쓴다. 먼저 멀티비타민을 물과 함께 섭취한다.  또 호르몬으로 인한 우울감을 도와주는 프림로즈오일을 먹는다.  그리고 내가 지금 배가 고픈지, 어제는 무엇을 먹었는지, 지금 내 몸속을 채운 음식은 무엇인지, 평소 먹고 싶었지만 용을 쓰고 참아온 음식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걸 먼저 해결한다.  그러면 조금 힘이 난다.  나는 건강식을 추천하는 편인데, 이유는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패스트푸드를 먹으면 먹을 때는 좋아도 먹고 나서 딸려오는 기분이 영- 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최대한 몸을 쓰는 행동들을 한다.  보통은 일어나서 집안일을 하고 집정돈을 하는데, 밀렸던 쓰레기를 내놓고, 냉장고에서 그저 묵혀있기만 하던 버려야 할것들을 버리고, 싱크대를 박박 문질러 새것처럼 만들어놓고, 카펫에 청소기를 돌리고, 밀린 빨래를 하고.. 이렇게 왔다 갔다 근육을 써준다.  내가 우울감이 느낄 때쯤이면 내 주변은 이미 엉망진창이기에 치울 것들이 꽤나 된다.  그리고 이렇게 청소를 하고 나면 기분이 조금 괜찮아진다. 이렇게 하고 나서 에너지가 허락한다면 운동도 하려고 하는 편이다.  운동은 하고 나서 후회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는 몸을 깨끗이 한다.  그냥 샤워보다도 때도 밀고 두피 스크럽도 있으면 하고 머리에 트리트먼트도 발라주고 발뒤꿈치 각질제거도 하는 그런 샤워말이다.  그리고 귀찮아도 몸에 꼼꼼히 로션도 발라주고 좋아하는 향수까지 뿌려준다. 그리고 움직이기 편한 옷을 입는다.


그리고 밖으로 나간다.  근처 카페도 좋고 서점도 좋고 도서관도 좋고 그냥 아이쇼핑을 위한 마트여도 좋다.  밖에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 나도 슬쩍 껴본다.  나도 그들도 우리 서로를 모르는 사이지만 서로에게 에너지를 받기 때문이다.  이럴 때 자잘한 쇼핑을 하는 것도 내게는 도움이 된다.  언젠가 '어울리려나?' 싶었던 색상의 립틴트를 이 기회에 사본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받은 상태의 내가 되어 나의 감정을 정리해본다.  이 스텝을 하기 전까지 나는 최대한 뇌의 사용을 최소화한다.  어두운 감정의 내가 뇌를 작동시켜 보았자 돌아오는 건 어두운 생각뿐이기 때문이다.  이즈음 되면 '아 지나가는 우울감이구나, 감기같이'와 같은 상태인지 '... 다 그만두고 싶다'의 상태인지 조금 더 분명해진다.  후자라면 해외에서도 페이팔로 결제가 가능한 한국 심리상담 앱 트로스트를 켜고 상담을 잡는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정은 또 찾아올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각자 자신에게 맞는 행동양식을 만들어 두는 게 살아가는데 꽤나 도움이 된다. 

 

 

 

참, 짧다면 짧은 이 생을 어떻게 그래도 잘살아보겠다고 애쓰는 나를 바라보는 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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