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할부로 해드릴까요?"
3만 원만 넘어가도 할부가 가능하다며 마케팅하는 회사들. X만원 이상 결제 시 무이자 할부! 슬로건을 내세우며 마케팅하는 건 한국에서는 너무나도 흔한 광경이다.
가전제품, 노트북과같은 액수가 큰 소비품만이 아니라 그냥 보세 신발이나 옷가게에 가서도 흔한 이 할부가 미국에는 없다.
나는 이점이 처음에는 너무 불편했다.
돈을 쓰라는거야 말라는 거야?
소비자가 돈 쓰는 걸 막네?
아니 누가 한 번에 백만 원, 이백만 원씩 맘 편하게 긁는 거지?
물론 미국에도 자동차나 집과 같은 경우에는 할부와 비슷한 시스템이 있으나 이 또한 한국처럼 간편하지만은 않다. (신용 체크부터 서류작성 등, 기본 30분에서 1시간은 걸리는 과정이다.)
미국 주식이나 경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미국은 경제 있어서만큼은 정말, 정! 말! 보수적이다. 어느 정도냐면, 지금도 대부분 메이저 은행에서는 당일 송금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내가 A라는 내 은행계좌에서 B라는 다른 은행계좌로 송금을 하면 그 돈이 B에 들어오는데 약 이틀 정도가 걸린다.
이게 말이 되는가.
이제야 페이팔, 벤모와 같은 타 앱들이 당일 송금과 같은 부분을 현실케하지만, 메이저 은행들은 아직도 많이 뒤처져있다.
다시 할부로 돌아와, 요 몇 년 동안 할부 기능을 제품으로 내세워 설립된 회사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건 작년에 상장한 Affirm, Afterpay, Klarna와 같은 회사들인데 나는 아직도 할부를 시도해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나는 저기 중 한 회사의 주주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냐?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그냥 카드 내고 "x개월 할부"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닌, 저 회사들에 가입을 해야 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고 등.. 프로젝트다 완전.
심지어 스토어마다 파트너십을 하는 할부회사들이 다 다르다.
예를 들면, 미국 백화점 중 하나인 nordstrom에서 아디다스 조거를 구매한다 치면, 이 백화점은 Afterpay와 파트너십을 맺었기 때문에 afterpay를 통해서만 할부 결제가 가능하다. 물론 애프터 페이에 내 계정이 있어야 한다.
미국이 이렇게나 보수적이고 뒤처진 이유에는 아무래도 여태껏 겪어온 금융위기, 그리고 회계 드레싱과 같은 사건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소비자로서는 매우 불편하기 짝이 없다만, 이유가 조심하기 위해서라면 화를 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화를 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또 있다. 내가 여기서 10년 넘게 살면서 느낀 건데, 은행거래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은행이 100% 책임을 진다. 물론 내가 증명해야 하는 서류들은 있지만 단 한 번도 "저희로써 어쩔 수가 없습니다" 와 같은 대답을 들은적은 단 한번도 없다. 미국에서 살면서 누가 내 체킹 계좌에서 돈을 빼 간 적도 있고, 누군가가 내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fraud를 겪은 적도 있는데 두 번 다 바로 은행에서 100% 책임을 졌고 알아서들 새 카드를 보내줬다. (이건 너무 당연한 건가?)
길게 본다면 할부 시스템은 미국에도 정착할 수밖에 없다고. 일단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걸 마다치 않는 우리 MZ세대들이 할부의 맛을 안다면 다시 올드한 방법으로 돌아가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나도 시간이 된다면 조만간 할부결제를 해 보려고 한다. 음, 뭘 사게 될지는 모르지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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