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문에서 가장 많이 사 온 것은 여러 맛의 아몬드, 그리고 책들이다.
미국에 있는 정리정돈이 안된 작은 아파트까지 공수해 온 48lb의 책들 중 한 권은 작가 허지웅 씨의 신간 "최소한의 이웃"인데 그의 글이 궁금해져 구매하게 된 책으로, 점심시간에 읽고 있다.
글을 쓴다는건 그 사람이 결코 만만하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정확한 구절이 아닐지는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의 이웃" 에서 발견한 이 구절은 내가 왜 어느 곳을 가던, 내 삶의 어느 부분에서 든 간에 이토록 허접한 글을 써왔는지에 대한 물음표를 환기시켜 준다.
삐뚤빼뚤 쓴 일기였다가,
싸이월드였다가,
페이스북이였다가,
온라인 비밀 일기장이었다가,
블로그였다가
.
.
나는 내가 편하게 글을 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꾸준히 그 장소를 옮겨 다녔다.
할 말은 다 하고 사는 사람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주장을 회유할 수 있을 만큼의 말솜씨가 빼어난 사람들도 글을 써야겠다는, 글을 쓰고 싶다는 불꽃을 느낄까?
확실히 나는 말을 하는 것보다는 듣는 걸 선호한다. 조금 편한 사람들에게는 여러 자질구레한 질문들을 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걸 즐긴다.
즉흥적으로 하게 되는 말의 실수가 사실 두렵기도 하고, 말을 안 해서 한 후회보다 괜한 들뜸에 한 말들에 대한 후회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많은 정보들을 흡수하고 나면 머릿속에서 글을 쓰는 상상들을 한다.
대부분의 불꽃은 바로 여기, 상상에서 멈춘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와 정보들은 적어두고 싶어 진다.
내가 보던, 남이 보던, 나만 보든 간에 말이다.
때문에 내가 글을 쓰는 건 불편하지 않은 무척이나 익숙한 행위이다.
그 글은 누군가를 칭찬하는 글이기도 했고, 애정 어린 편지이기도 했고, 또 헤어짐을 말하는 작별인사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그 글은 문제 해결을 위한 글이기도 했고, 불편을 호소하는 호소문이기도 했으며, 잘못된 일에 열정적으로 화를 내는 글이기도 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결코 만만치 않은 사람이다.
보통의 사건사고는 시간이 지남으로써 자연스럽게 소모되고 없어진다.
하지만 글 쓰는 사람들은 그 일을 계속해서 상기하고, 그것에 대해 글을 씀으로써 그것들의 수명을 무기한으로 연장시킨다.
나 역시 그렇게 연장시킨 나의 생각들과 감정들이 이 블로그에 수두룩 하다.
어쩌면 우리가 실제로 만나 이야기하는 것보다도 더 솔직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이곳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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