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미국이 지긋지긋하다고 느낄 만큼이나 오랫동안 미국에서 살았는데도 불구, 가끔 웃기는 영어 실수들을 한다.
그런 실수들이 처음에는 창피했는데, 이제는 웃고 싶을 때 꺼내보는 기억들이 되었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하기 힘들 때가 있기 때문에 여기 무수히 많은 기억중 하나를 기록하려고 한다.
나와 남편이 결혼 1주년을 맞이해 차를 타고 5~6시간을 가는 로드트립을 갔을 때였다.
참, 나와 달리 이 사람은 굉장히 꼼꼼한데, 이게 여행을 가면 확연해진다. 우리의 여행 막바지에는 늘 내가 이 사람의 옷을 빌려입고있다. 그러니까, 어릴때부터 낚시,헌팅경험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본 이사람의 여행 경험치는 나와 비교하면 프로급이다.
로드트립도 예외가 아니다.
간 식부 터해서 막 내린 커피까지 두 텀블러에 가득 채운 이 사람을 보며 감탄하며 차에 올라탔던 것 같다.
그렇게 두세 시간 달렸을까, 커피 중독자인 내 텀블러의 바닥이 보여 나는 "아 ~ 벌써 다 마셨어." 하면서 텀블러를 내려놓았다. 그랬더니 자신의 커피 텀블러를 내게 주면서 "이것도 마셔. 가는 길에 카페 보이면 커피 또 사면되니까" 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멋져서였을까 (나는 음식을 통한 호의에 약하다..!) 혀가 꼬였던 것 같다.
그냥 "Thanks hon!" = "고마워 자기!" 하고 말 대화인데 나도 모르게
"Thanks.. friend..!"
"고마워.. 친구야..!"
라고 말해버렸다.
그리고 급하게 수습을 한다는 게 그만
"I mean, thanks GUY...!?"
직역하자면,
"아 내 말은, 고마워 남자 사람아..?"
우리 둘 다 크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이게 부부 사이에 무슨 기괴한 말인가. 누가 봐도 내 혀는 꼬였던 게 확실했고 안타깝게도 뇌도 잠시 멍했던 것 같다. Thanks guy는 그냥 아예 쓰지 않는 말이다. Thanks man이라면 모를까..
결국 돌고 돌아 "'thank you husband' is what I was trying to say" "그니까 "남편, 고마워"라고 말하려던 거야"로 끝을 냈지만 우리는 아직도 가끔 이 대화를 떠올리며 키득거린다.
남편 말로는, 처음에 그냥 친구라고 부른 건 그렇다 쳐도 생각해서 수습하려고 한말이 "고마워, 남자 인간~"이라는 게 너무 웃겼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도 남편이 커피를 가져다줘서 "고마워~"라고 했더니
"you mean, "thanks guy?""
"네 말은, 남자 사람아 고마워~라는 거지?"
하고 웃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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