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한글을 잘 모른다.
굳이 내가 가르치려 하지도 않거니와
남편이 한글을 알기를 바라는 마음도 없다.
그런데 종종 상황에 딱! 들어맞는 한국 속담이나 이야기가 있으면
남편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아마도 가장 처음에 알려준 건
"아내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
였던 것 같다.
자세한 건 기억하지 못하지만
역시나 내 말을 듣고 무언가를 했다가 결과가 좋았던 일이었으리라! 하하!
그다음으로 알려준 말들은 아래와 같다:
-누워서 떡먹기다/식은 죽 먹기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자기 밥그릇은 지킬 줄 알아야 한다
-개도 밥 먹을 때는 안 건드린다
-한국인은 밥심이다
등등
자,
혹시 패턴이 보이시는지?
남편은 내가 위의 속담들 중 세 개 정도를 알려줬을 때 유레카를 외치며 말했다
"한국인들은 음식에 정말 진지하구나?!!"
그렇다!
우리는 밥을 먹을 때는 개조차도 안 건드리고,
미운 놈이라도 떡 하나는 더 쥐어줄 정도로
음식을 먹는다는 행위에 어떠한 철학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먹방에 환호하고
식도락 여행기를 즐겨보며
인스타그램에는 각종 식당정보와 음식 정보를 공유하는 글들에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우리는 왜 이렇게 음식에 열광하는 걸까?
한 때 인터넷에 충청도식 화법이 엄청 유명했던 때가 있다.
충청도식 화법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돌리고- 돌리고- 또 돌아 말하는 화법이다. 직설적이지 않고, 상대의 의사를 알기 위해서 여러 번 물어봐야 하며 내가 말을 할 때 조차도 충청도 사람이 아닌 사람이 들으면 '이 사람이 대체 원하는 게 뭐지?' 싶게 하는 화법.
예시는 아래와 같다.
예시 1
상대방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
예시 2
본인 (한효주)이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돌려 말하기
묻고
바퀴 달린 집 캡처
처음 유튜브로 충청도식 화법을 봤을 때는 너무 이해가 안 갔다.
그런데 떠다니는 글에 의하면, 충청도식 화법에는 역사적인 바탕이 있다는 글을 읽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 바탕은 이렇다.
충청도의 지리상 어느 날은 눈을 떠보니 북한에 점령당해있고
그다음 날은 눈을 떠보니 남한에 점령당해있고, 가 번복되다 보니
상대방의 질문을 요리조리 피해 답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돌아 말하는 화법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어라? 제법 그럴싸한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가 밥에 진심인 이유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한국은 정말 엄청나게 작은 나라다.
그런데 위치 하나는 끝~내준다.
때문에 역사적으로 우리를 탐낸 나라들이 많았고
그렇기에 전쟁이 잦았다.
전쟁이 잦은 이 나라에 토지나 집에 애정을 가져봐도
전쟁 한 번이면 산산조각이 나있고,
그나마 신경 써서 갖출 수 있는 건
밥상이 아녔을까.
그러다 보니 음식에 관한 이야기, 속담들이 많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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