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00 마일도 넘은 차를 200만 원 정도에 구매했던 나의 첫차.
거의 6-7년을 무사고로 잘 타고 다녔다.
차의 시동소리가 너무 커서 라디오를 못틀었다.
차의 스프링이 주저앉아버려 스포츠카처럼 차 본체가 바닥에 매우 가까웠다.
촌스런 색상덕에 어디 가서 차를 찾아 헤매는 일은 없었다.
구형 모델덕에 누가 내차를 털어갈까 걱정하는 일도 없었다.
차를 끌고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놀라는 기색을 못 숨기던 사람들도 있었다.
친구들은 '돈도 잘 버는데 왜 안 바꾸냐며' 묻기도 했다.
이제는 다 지나간 일들
내가 기억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없어질 기억들.
그런 기억들을 실은 채로 거진 1년을 방치된 채 주차되어 있던 그 차를 마침내 처리했다.
언젠가는 쓰겠지.
혹시 모르니까 백업으로 두지 뭐.. 했던 게 수개월 전.. 이제야야 처분을 했다.
내 차는 너무 연식이 오래되고, 마일도 쌓일 만큼 싸여 아마도 고물로 처리가 될듯싶다.
차를 처분하는 과정이 슬플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홀가분했다.
저 차덕에 나는 차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자주 자잘 자잘한 것들이 고장이 났었기 때문이다.
저 차덕에 나는 운전을 잘해게 되었다. 사고 나면 고치는 게 아니라 버려야 할 차였기 때문이다.
차는 약 40만 원에 팔렸다.
내 앞으로 쓰인 수표를 받고서 돌아오는 길에 차를 구매했던 과정이 떠올랐다.
그때는 남자친구도 아니고 그냥.. 직장동료이던 남편의 도움을 많이 받았었다.
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나를 대신해 차를 점검해 주고 가격까지 흥정해 주던 사람.
잠깐 떠올랐던 장면들은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일을 시작하면서 뿌옇게 사라졌다.
한때는 붙잡아 두려 했던 기억들이지만, 더 이상 내게 큰 힘이 되어 주지도,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기억들이 아니기에
이제는 그렇게 뿌옇게 사라져도 좋다.
차를 팔고 받은 이 돈으로 나는 운동복을 사고, 단백질 과자들도 사고,, 또 이번에 나온 아바타도 IMAX에서 볼 예정이다. 물론 팝콘과 함께.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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