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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리뷰/한국작가들을 응원하는 마음

[책] Happiness Falls by Angie Kim: 오싹하고 꿈같은 이야기.

by 아이고메 2024.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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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후루룩-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어디까지 말해야 스포일러 없이 좋은 기록을 남길 수 있을까 고민이 되지만 일단 편한 마음으로 노트북을 두드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으로 읽는 스릴러가 영화로 보는 스릴러 보다 훨씬 무섭다는 걸 느꼈다. 이게 어느 정도였냐면,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책 뒤끝으로 가서 결말을 확인하고서야 조금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스릴러 초짜라 그런가, 나는 이야기가 극에 다랄수록 심장이 쪼이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읽어본 소설 중 스릴러가 현저히 적었다. 그래서 이렇게 치정에 달콤하며 진실이 밝혀지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1. Happiness Falls을 쓴 작가 앤지 킴은 청소년기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한 교포이다.  그래서인지 드물지만 책에 간간히 등장하는 한글말들에 대한 시각이 확실히 다르다.  다르다는 건, 그냥 한국에서 살면서 자연스레 "바보"라는 말을 하며 큰 것과, 어릴 때는 쓰던 말을 지금은 사용하지 않으면서 그 문화에서 사는 사람들보다 좀 더 단어들을 곱씹으며 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예전에 어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누군가가 그랬다. 교포들이 한국어로 노래하는 걸 들으면 가사를 꼭꼭 짚어가며 말한다고.  그런 느낌이다.

 

 

 

2. 책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화자인 나는 백인인 아빠와 한국인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여자아이다.  그녀에겐 그녀와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쌍둥이오빠와, 장애 때문에 소통이 불가능하고 매일 헤헤 웃고만 있는 남동생이 있다. 엄마는 통번역을 하며 집안의 경제를 담당하고, 아빠는 그 외의 모든 것, 요리, 청소, 아이들 픽업, 그리고 장애를 가진 남동생을 전담한다는 점 외에는 남들과 별 다른 점이 없는 중산층의 가정으로 그려진다.  아빠와 남동생은 어느 때와 다름없이 늘 가는 산책코스로 산책을 갔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온 건 단 한 명, 장애 때문에 아기 취급을 받는 남동생뿐이다.

그냥 일이 생긴 거겠지, 넘겨짚던 화자의 집에 경찰차가 다가오고 문에 노크를 한다.  엄마가 문을 여는 사이, 남동생의 손톱아래 낀 피를 발견한 화자는 남동생을 화장실로 밀어 넣고 목욕을 시킨다.

 

 

 

3. 책을 읽으며 든 생각들은 이렇다:

1)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한 사람에게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들을 발견할 때, 우리는 조금 상처받는다. 그 부분이 좋은 부분이던 좋지 않은 부분이던.

 

2) 책에 등장하는 행복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들이 흥미로웠는데, 그중에서도 예일에서 "행복"강의를 하는 교수가 번아웃으로 학교를 떠났다는 것과 행복에 대한 연구를 하던 교수가 학교 빌딩에서 뛰어내며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했다. 

 

3)  작가가 이야기하는, 결국 행복은 물질적인 것에서 오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인간은 경험과 기억을 통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데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어릴 적 컵볶이에 설레던 나는 더 이상 없다.  그럼에도 돈이 중요시되는 것은, 돈 없이는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 여러분도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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