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백그라운드- 내가 본 미국 연애 리얼리티 쇼
내가 넷플릭스에서 본 미국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Love is blind (시즌 1) 그리고 Bling Empire (시즌 1 &2) 정도가 전부다.
물론 이 두 가지 외에도 미국에 진-짜 유명한 연애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일단 우리 시 아빠까지 보는 배츨러(돈 많은 남자가 수십 명의 여자와 데이트하면서 아내를 고르는 프로그램)가 가장 유명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일단 공중파인 것 + 연애 프로그램 치고는 히스토리가 있는 편이기 때문에 내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배츨러가 상영 중일 때에는 그 얘기가 종종 나오길래 나도 한번 보았다가 문화충격의 차이로 차마 끝까지 보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본 에피소드에서는 남자가 파이널리스트인 여자 3명 각각과 뜨거운 밤을 (그냥 코-하고 자는것 아님) 보낼 취지로 데이트를 나갔는데 그중 한 명이 종교 이유로 그와 자는 걸 거부하자 남자가 여자를 선택하지 않았다.
자, 위에 설명한 세가지의 연애 프로그램만 봐도 한국 연애 프로그램과는 정말 결이 다르다.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과 약혼을 하고, 호감이 있는 사람과 금방 잠을 자고 그리고 그다음 날에는 또 다른 사람에게 구애의 몸짓을 하고 그러다 술병을 깨면서 서로 싸우고 등 감정 변화가 너무 심해서 보다가 멀미가 날 지경.
보다 보면 한편으로는 속이 시원하기도 하고 (역시 요즘 사람들은 시-원 하구만!) 속 알맹이가 없어서 텅 빈 사람들로 비추어 보이기도 한다. (저 라이프 스타일을 어떻게 나이 들어서도 유지를 하려나?)
2. 갑자기 왠 한국 연애 프로그램? <환승연애2>
본업이 바빠져서 남는 시간에는 운동/유투브로 가득 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 유튜브 피드에 뜨고 만 것이다. <환승 연애 2> 클립이!
내 피드에 처음 뜬 영상은 해은의 거울 씬이였다. 환승 연애 2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겠지만..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같아서 굳이 굳이 찾아서 사진을 첨부해본다.
환승연애를 본 적이 없어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유튜브를 보다 보니 이 프로그램에서 뛰어난 부분들이 보였다.
<환승 연애 2>는 고요함, 정적인 분위기를 아주 적절하게 사용한다. 이 거울씬과 같은 장면은 나는 타 미국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 고요 속 카메라에 잡히는 인물들의 감정은 너무도 적나라하게 찍혀있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말이다. 이 부분은 이 거울 씬 외에도 참가자들이 x룸 방을 방문하는 장면에서도 잘 보인다.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보통 적어도 2명 이상씩이 한씬에 나온다. 그리고 왁자지껄하거나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편인데 환승 연애 2는 참가자들이 혼자 감정 추스르는 부분들을 꾸밈없이 보여준다. 모여있을 때는 쿨해 보이던 사람들의 반대쪽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편집방식은 미국의 편집 방식을 따랐다면 가장 묻혔을 수도 있는 캐릭터들을 극대화해 굉장히 매력 있는 사람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면 미국의 편집 방식대로라면 적극적인 지연과 지수 그리고 나연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듯싶다. 왜냐면 계속해서 그들에게는 어떤 이벤트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마음이 오락가락하기도 하고, 그들의 표가 왔다 갔다 하고 말이다. 하지만 <환승 연애 2>가 택한 방식은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괜찮은 듯 보이던 해은이 혼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보이던 표정이나, 제일 X를 신경 안 쓰는 듯 보이던 희두가 X방에 들어가고는 힘들어하던 모습들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지 않았을까.
시간이 된다면 <환승연애2>를 쭉 보고 리뷰글을 써보고 싶다.
3. 희두와 나연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어려울 수도 있고 쉬울 수도 있는 방법인데, 나연은 마음을 행동으로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해야 하고 희두는 마음을 따뜻한 말로 표현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희두가 생각하는 나연은 1) 말을 쉽게 하는 사람 2) 앞뒤가 다른 사람이다.
나연이 생각하는 희두는 1) 나를 개조하려는 사람=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지 못하는 사람 2) 내게"는" 차가운 사람이다.
안타깝게도, 그 둘은 서로를 잘 알기에 굉장히 필사적으로 가면을 쓰고 있는 듯 보인다. 그나마 회차가 갈수록 나연은 이 부분을 인정하고 내려놓는 듯 보인다. 재회에 대해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히려 이런 극적인 스탠스 방향틀기는 희두에게 '나연은 역시 쉬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겼을 수도 있다. 희두에게는 방향을 바꾸는 게 그렇게 어제/오늘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타인을 오랫동안 알게 되면 그 사람의 좋은 점만 보이는 때가 있고, 또 단점만 이상하게 눈에 띄는 때가 있다. 애석하게도, 시간만이 해결해 주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미운점만 보이는 때가 오면 좋았던 때를 잊지 않고 좋은 점에 집중하려 노력하는 사람이 있고 지쳐버리는 사람이 있다.
희두는 나연이 1) 밝고 적극적이기 때문에 "방송인"이라는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과 2) 나연이 그에게 쉬워 보이는 이유는, 그만큼 그가 조금만 마음을 표현해도 나연은 만족하고 마음 울 곧바로 풀어버리는 사람, 그만큼 그에게 애정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나연은 희두가 1) 신뢰를 주는 사람이라는 것과 2) 말보다 행동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두면 서로를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희두가 무뚝뚝하고 차갑게 말을 뱉을지언정, 헤어지고도 그녀가 밸런타인 때 준 쿠키들을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나연의 반지에만 박힌 다이아, 나연에게 어울릴듯한 신발들을 종종 선물해주었다는 점을 보면 희두는 분명 말로 표현하는 게 서툴고 때문에 행동으로 보여주는 "행동파"다. 그리고 이점은 세상의 모든 운동인이라면 공감할 성향이다. 운동인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결과를 보여줘야 하니까.
반면 나연은 말을 하는 방송인이다. 그녀는 그냥 "보통의" 사람만큼만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말로 먹고사는 사람이다. 논리 정연하게 본인의 입장을 정리하고, 상대가 하는 질문에는 빠르게 대답하고, 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시시때때로 확인 후 알맞은 말을 빠르게 내뱉는 것이 업인 사람이다. 희두가 아닌 방송업계 동료가 보기에는 나연의 이 점이 엄청난 장점일 수도 있다. 이점을 희두는 이해해야 만한다.
둘의 관계는 아주 팽팽한 고무줄 같다. 때문에 양쪽에서 아주 조금씩만 가까이 와도 (아주 조금씩만 서로 노력해도) 관계에 큰 여유가 생겨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
아주 간단한 팁부터 알려주자면, 희두는 나연이가 실수로 물을 엎지르거나, 그릇을 깨면 "왜 그러는 거야? 가만히 있어" 가아니라, "괜찮아? 안 다쳤어?"부터 시작해보자. 혼내는 건 나중에 해도 된다.
그리고 나연은 희두에게 지치지 말아야 한다. 나연은 희두와 비교했을 때 속도가 너무 빠르다. 희두는 아직 나연의 진심이 무엇인지 헷갈려하는데 나연은 벌써 '우리가 잘 만나려면 어떤 점들을 고쳐야 할까'를 꺼내니 희두입장은 "왜?"가 나오는 것이다. 그래도 사랑한다면, 지치지 말고, 페이스 조절해가며 지속적으로 표현해보자.
g.o.d 노래 중 "반대가 끌리는 이유" 가사 중 '반대라서 더 끌리나- 나와 다르니까"라는 부분이 있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이 말은 과학적으로 맞는 말이라고 한다. 본능적으로 사람은 각자가 결핍된 부분을 지닌 타인을 매력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건 마치, 체중을 줄이려 시작한 간헐적 단식 때문에 아침을 먹지 않은 채로 일을 하지만, 일하는 내내 킷캣을 먹고 있는 내 모습만큼이나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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