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시작한 바로 첫 달, 세이브 더 칠드런 후원자로 시작해 시각장애인,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군인들에게 별도의 비용 없이 훈련된 안내견들을 연결시켜주는 한 후원단체에서 까지 기부를 계속해 왔건만
어제 짧은 한통의 전화로 후원을 일절 종료시켰다.
나가야 할 돈이 커지다보니 가장 먼저 줄이게 되는 곳이 바로 이런 정기후원금이다.
동생의 미국 대학학비와 생활비 거기다 그 외의 여름학기 비용과 같은 액수가 내가 예상했던 액수보다 커졌고, 현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 상태라 일단은 있는 현금과 학자금 대출로 내년과 내후년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상황에서 돈으로 기부금을 내며 일말의 양심?을 지키려는 내 모습이 웃겼다.
사실 돈으로 기부를 하는건 내 마음이 하나 편하자고 하는 거다.
나와 같은 상황에서는 돈이 아닌, 마음과 노동/나의 시간을 기부하는 것이 맞건만 어째 그냥 다달이 나가는 소액으로 퉁치려던 게, 그만 딱 걸려버렸다.
'아니 내가 돈을 적게 버는 것도 아니고~' 같은 부정적이 생각이 들기 시작하길래
얼렁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해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
1.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이 쓴 책을 구매하고, 독후감 혹은 추천서 쓰기.
매달 1권 한국계 작가들의 책을 구매하고 책을 꼼꼼히 읽은 후 추천하는 글을 쓰는 방법을 떠올렸는데 이유는 이렇다.
현재 미국에서의 아시안 작가들 중 한국계 작가들의 입지가 너무나, 정말 너무 작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고등학교도 미국에서 나왔는데, 백인이 90%인 학교를 나왔는데도 문학시간에는 일본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노르웨이 숲"과 중국계 작가인 에이미 탄이 쓴 "조이 럭 클럽"과 같은 작품을 읽고 토론을 하고, 시험을 본 기억이 있다. 조금 현대로 올라오자면 중국계 작가가 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과 같은 작품이 있겠다. 한국계 작품은 단 한 권도 없었다.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대학원까지 통합해서 말이다.
내가 원하는 건 간단하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을 더 많이 보고 싶다는 것.
그들의 펜 촉, 타이핑이 미국 사회에 기여하는 힘이 더 깊어졌으면 좋겠다.
유태인과 같은 경우, 사회 내에서 서포트해주는 힘이 굉장히 크다고 어디선가 읽었다.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그룹의 입지가 커질 수 있는 방법들 중 꾀나 확실하고 또 효율적인 방법은 바로 구매 파워를 보여주는 거라 생각한다. 바로 그걸 유태인들은 수십 년간을 해온 것이다. 서로를 밀어주고, 응원해주고, 제품을 구매해주고 그러면서 말이다.
방금 서점을 한 바퀴 돌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 한열 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계 작가의 작품들도 아주 많이 보인다.
한국계 작가의 작품은 단 4권.
그래, 요즘은 다 온라인으로 사니까 그러겠지 싶다가도 조금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다.
이 방법이 왜 기부가 될까? 누가 대체 도움을 받는단 말인가? 질문해본다.
시장은 수요가 있는 걸 판매한다.
수요가 적다 = 시장이 팔고 싶지 않아 한다.
예를 들어보자.
1.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냈다. 2.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3. 다른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한국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내고 싶다 에이젼시에게 컨택한다 4. 에이젼시 반응이 별로다. 5.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이 출판하기가 힘들어진다.
그 반대로
1.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똑같이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냈다. 2. 반응이 너무나도 뜨겁다! 책들이 마구마구 팔린다! 인터넷에서도 활발한 토론이 이어지고, 리뷰들이 넘쳐난다. 3. 다음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한국 정서가 들어간 소설을 가지고 에이전시에 컨택한다 4. 에이전시가 두팔벌려 환영한다 5. 출판업계에서 다음 신인 작가를 물색할때 한국정서가 들어간 작품들을 에 관심을 갖는다.
출판업계에 무지한 나는 현 상황이 첫 번째가 같은지 어떤지 모르겠다. 그저 이번 파칭코로 난리가 난 이민진 작가 덕분에 그래도 조금은 나아졌기를 바랄 뿐이다.
미국의 문화/예술업계에 한국문화가 공유되고 그 와 동시에 입지가 탄탄해진다면 궁극적으로 사회의 인식이 정말 더 나아가 현 해외에서 거주하는 한인 분들 (나를 포함한)의 생활이 보다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 김연아 씨 덕에, 차범근 씨 덕에, 방탕 소년단 덕에 한국을 알게 된 더 나아가 한국을 친근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처럼.
우리는 이미 우리가 얼마나 똑똑하고, 일을 잘 해내는지 증명했다. 안타까운 건, 내가 이렇게 전문직으로써 해내는 업적은 후세대에 남기 어렵다는 점이다.
반면, 파칭코는 후세대가 그들의 영어시간에 읽고 토론할 작품으로 자리를 잡을 수도 있다. 토론에는 한국의 문화에 대, 한국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지도 모른다.
현 BTS의 노래들은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에 자리 잡아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한국사람들은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노래가 될 것이다.
한동안 아이들을 위해, 안내견들을 위해 현금 제공을 통한 기부를 해 왔다면
앞으로 3년 정도는 재능기부를 통해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을 알리는데 돕고자 한다.
요즘에는 소설을 잘 안 읽어서 조금 걱정도 되지만
그건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리라.
첫 번째로 읽을 책은 줄거리만 봐도 흥미로운
이민진 작가의 Free Food for Milionairs 다.
아마존 줄거리:
Meet Casey Han: a strong-willed, Queens-bred daughter of Korean immigrants immersed in a glamorous Manhattan lifestyle she can't afford. Casey is eager to make it on her own, away from the judgments of her parents' tight-knit community, but she soon finds that her Princeton economics degree isn't enough to rid her of ever-growing credit card debt and a toxic boyfriend. When a chance encounter with an old friend lands her a new opportunity, she's determined to carve a space for herself in a glittering world of privilege, power, and wealth-but at what cost?
Set in a city where millionaires scramble for the free lunches the poor are too proud to accept, this sharp-eyed epic of love, greed, and ambition is a compelling portrait of intergenerational strife, immigrant struggle, and social and economic mobility. Addictively readable, Min Jin Lee's bestselling debut Free Food for Millionaires exposes the intricate layers of a community clinging to its old ways in a city packed with haves and have-n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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